동물원을 탈출해 전설이 된 수리 부엉이, 플라코 이야기
2024년 04월 05일

부엉이 플라코는 뉴욕 센트럴 파크 동물원에 13년째 살고 있던 수리부엉이 였죠.

13년 동안 사람들에게도 큰 관심을 받지 못하고 우리 속에서 부엉이의 생을 살고 있었는데요.

어느 날 플라코는 우리에서 탈출을 감행했습니다.

누군가 동물원에 몰래 숨어 들어와 우리에 구멍을 뚫어 놓은 거죠.

범인은 잡히지 않았다고 합니다.

동물원에서는 야생에 나간 플라코가 굶어 죽을지도 모르고 미국 토종 부엉이도 아니었기 때문에 플라코를 다시 잡으려고 했습니다.

    그렇지만 플라코는 걱정을 비웃듯 센트럴파크에 사는 쥐들을 잡아 먹으며 자유로운 삶을 보란듯이 즐겼습니다.

    번식을 할 짝도 없는 뉴욕이었기 때문에 생태계에 딱히 해를 끼치지도 않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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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국 동물원은 플라코를 센트럴파크에서 살게 하는 것으로 결론지었습니다.

    그렇게 뉴욕시의 유일한 수리부엉이가 된 플라코.

    사람들 창문 앞에 한 번씩 놀러도 오고

    각종 건물 위에서 목격되며 뉴욕 시민들의 사랑을 듬뿍 받게 되었습니다.

    플라코의 모습을 포착하려 카메라를 들고 기다리는 사진가들도 있을 정도였죠.

    애정 가득한 그들의 사진에 담긴 플라코의 모습, 보이시나요?

    플라코는 동물원에서 탈출했다는 서사 때문에 뉴욕에서 자유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자유로운 부엉이 플라코’

    지금의 푸바오처럼 플라코의 팬 계정도 셀 수 없이 생겨났죠.

    플라코의 관심이 커져가는 가운데, 걱정의 시선 또한 많았습니다.

    근처에 살던 다른 토종 부엉이들이 종종 쥐약을 먹거나 차에 치여 죽는 일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2024년 2월 플라코가 탈출한 지 1년 만에 그 걱정이 정말 현실이 되었습니다.

    어느날 플라코가 빌딩에 부딪혀 중상을 입고 발견되었고 당장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안타깝게도 살려내기엔 이미 늦은 상황이었죠.

    그리고 정확한 원인을 밝혀내기 위한 부검 결과, 플라코의 몸 속에는 4종류나 되는 쥐약이 발견됐고 심각한 바이러스에 감염돼 전신의 장기가 손상되어 있었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자유로운 부엉이 플라코는 인간의 도시에 살다 보니 몸속에 쌓인 독으로 조금씩 죽어가고 있었던 것이죠.

    시민들은 매우 슬퍼하며 명복을 빌어줬고 플라코를 기리는 벽화를 그리기도 했습니다.

    신문들은 ‘뉴욕 자유의 상징이 죽었다’ 면서 줄줄이 애도 기사를 냈죠.

    그렇게 뉴욕의 부엉이 플라코는 눈을 감았습니다.

    그런데 사실 플라코의 죽음 이후의 또 다른 이야기들이 더 있습니다.

    플라코가 있던 동물원은 “플라코를 놓아준 사람이 죽음에 원인제공을 한 것”, “경찰 조사로 잡히길 바란다”

    라면서 글을 올렸습니다.

    이에 “그러게 진작 잡아서 동물원에 넣었어야지 왜 방치해 죽게 만드냐”는 여론이 생겨났고 온라인 상에서 치열한 갑론을박이 펼쳐졌습니다.

    뉴욕포스트에는 이를 비판하는 칼럼이 올라왔는데요.

    플라코가 잠시라도 자유였다고 생각하는 것은 순진한 자들의 망상이다.

    귀엽고 작은 생명체가 좁아터진 아파트를 뛰쳐나가 광활한 자연을 누빈다는 이야기는 얼마나 공감하기 좋고, 상상하기 좋고, 밈을 만들어내기 좋은 소재인가?

    그러나 플라코는 자유를 찾아 떠난 게 아니라 위협적인 자들로부터 도망친 것에 가깝다.

    결국 도시에 살게 된 플라코는 자유로운 부엉이가 아니라 쥐약으로 뒤덮인 거대한 유리 새장 속에 살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였으며, 결국 그 새장 때문에 생을 마감했다.

    라고 강한 비판 의견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동물원에 갇혀 있다가 인간의 도시에 살게 된 플라코는 과연 불행했을까요? 아니면 조금이라도 행복했을까요?

    인간 때문에 갇히고, 제멋대로 자유의 상징이 되고, 결국 인간 때문에 죽은 플라코의 삶을 보니 많은 생각이 듭니다.

    특히 한국에서 플라코 만큼 사랑 받던 푸바오가 떠난 이 시점에 인간과 동물의 공존은 정말로 깊게 생각해 볼만한 요소 아닐까요?

    이미지 출처 = 온라인 커뮤니티